지워지지 않는 흔적
걸핏하면 화를 내는 아들이 있었습니다. 아버지는 아들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어느 날 못
과 망치를 주었습니다. “네가 화날 때마다 이 마당에 있는 나무 울타리에 대못을 박아놓아라.”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첫날부터 울타리에 못을 박기 시작했습니다. 그리고 30개나 되는 못을 박았습니다. 그러나 다음날부터 못을 박는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
다. 못을 박으면서 함부로 화를 내는 것도 많이 가라앉았습니다. 그래서 어느 날 아들이 아버지께 이제는 못을 그만 박겠다고 말했
을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습니다. “그러면 네 분노가 가라앉은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면서 네가 박은 못을 하
나씩, 하나씩 빼보아라.”
어느 날 울타리의 못이 모두 뽑혀지던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. “참 장하구나. 내 아들아. 그런데 울타리에 선명하게 난 못자국을 너는 볼 수 있겠니?”
“네. 보이네요.”
“네가 화나서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이 못자국처럼 누구에겐가 가슴에 상처를 내고 흔적을 남겼단다.”